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맥락없이 고개를 떨궜다.

"해 줘."

그리곤 좀 전과는 다르게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너무 갑작스럽다. 이사장의 딸, 학생들의 선망이자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그녀가 불현듯 내게 요구하는 것이 아주 터무니없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아마도 그녀의 눈에 비춰지는 내 얼굴은 벙 찐 표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렇게 얼마간의 정적이 있은 후, 그녀는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난, 난 죽일 가치도 없는 거야?"

"......."

이게 아닌데... 뭐지? 내가 상상한 건 그런 쪽이... 그런 쪽이 아닌데.

"헤헤헤, 그렇구나, 죽을 가치도 없는 하찮은 여자구나..."

"그, 그게 무..."

미처 질문하기도 전에 그녀는 말허리를 잘랐다.

내 사고가 그녀의 발언을 따라가지 못한다. 예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그녀의 요구.

"남자는, 아니 사람은 보는 것보다 하는 걸 더 좋아한데..."

그녀는 말했다.

"사람을 죽여보고 싶지 않아?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를 보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상상해 보지 않아?"

무, 무슨. 미친...

확실해졌다.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그녀,

아니,

완전히 이질적인 세계 사람이다.

그녀는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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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3줄 소설 아니였나...;;

세이카님이 갑자기 뜬금없는 내용을 적어서 릴레이 소설 잘 읽다가 내용이 이해가 안 됨;

담배 냄새 난다고 혼난 거 아니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