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괜찮지 않다.

학교 점심 시간에 이런 상황을 이렇게 난데 없이 맞이하게 되었는데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분명 정신이상자나 방금 운명을 달리한 선배 뿐일 거다.

그렇잖아? 여긴 한국이라고.

칼이라든지, 살인이라든지-제정신이냐고 묻고 싶다.

나는 두려움에 오줌을 지릴 것 같았지만 그에 비해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표정으로 떨고 있는 날 잠시 바라보더니,

"걱정할 것 없다."

하고 칼을 한 번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몇 방울의 피가 내 얼굴로 튀었다.

칼집에 칼을 넣는다.

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이런 상황을 이렇게 난데 없이 맞이하게 되었는데 걱정이 안 된다면 그게 말이 되겠냐. 그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말이다.

나는 시선을 아래로 두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되면 앞으로가 더 문제잖아?

이건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되는 상황이냐. 경찰한테 조사를 받게 되면 뭐라고 말은 해야 할텐데-

모르겠다. 이대로 기절해버리면 좋을 텐데 말이지. 사실 알고 보니 모든 것은 꿈이었다, 하는 결말 말이다. 하지만 굉장히 유감스럽게도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코를 찌르는 피냄새가 모든 감각 기관을 예민하게 만들면서 이것은 분명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심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다.

사람이, 사람이 내 앞에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