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가능성이 많은 장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장르를 최초로 접한건 2001년의 어느 와레즈 사이트였습니다. 뭔지도 모르고 야겜을 받았습니다. 포트리스나 하던 초딩에게 그 야겜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미려한 모에풍 작화, 정지된 만화를 보는 듯한 화면, 의외로 감동을 주는 스토리... 제 유년기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념비적 작품이라 2001년 파일이 아직도 제 컴퓨터에 남아있지요. 지금은 망한 sekilala사 작품인데 제목이 좀 외설적이라 쓰기엔 좀 민망하군요.
두번째로 해본 건 화이트 앨범입니다. 첫번째 게임이 캐릭터성으로 1차 충격을 줬다면, 이번엔 서사가 탄탄한 점에 2차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입니다. 초딩이 야겜 스토리에 감동을 받다니.
세번째는 피아캐롯 3. 이건 비주얼 노벨이란 장르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보이스, 디자인, 눈의 움직임, 대사창의 화려한 이펙트. 이 시점부터 '나도 이런거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중1 때였습니다. 이 장르가 비록 야겜이라는 뉘앙스 안 좋은 쪽에 귀속되어 있지만, 시대가 지나면 정말 '영상 소설'의 지위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장르 최고의 작품은 사쿠라 대전 시리즈입니다. 이건 완전 언터쳐블이라고 느꼈습니다. 90년 초중반의 느낌, 특유의 키치한 분위기... )
원래 글 쓰는걸 좋아하던 저는 그 때부터 더듬더듬 시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나름 성과를 거둬서 상도 몇번 따봤습니다. 그럭저럭 성적도 유지해서 고등학교때는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를 고를 때, 저는 창작 계열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집에선 반대가 많았습니다.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비주얼 노벨이 만들고 싶었어요.
영상쪽에서 상을 몇 개 타고, 학과 내에서 이름이 좀 있어지자 졸업한 선배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번 만들어보자고... 구운몽을 재구성해보자는 거였는데, 1년만에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저는 한동안 침울하게 지냈습니다. 운이 참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은 웹툰... 이것도 실패했습니다. 차라리 다른 쪽을 꿈꿨다면 지금 제 입 하나는 먹고 살수 있지 않았을까... 그 생각도 듭니다. 2~3년이 날아갔어요. 학점도 곤두박질쳤고.
결국 소방관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를 자주 들락날락합니다. 알바중이라 바빠서 글에 두서가 없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