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보아 이세계물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눴습니다.
본래 세계에 있던 자가 이세계로 떨어져 그곳에서 깽판을 치거나, 본래 세계에서 죽고 나니 이세계로 전생하거나.

보통 이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전자의 경우 급격한 세계의 변동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청소년의 멘탈은 하도 단련 된 것인지 독방 같은 세계에서 부서질 대로 부서진 것인지 별 문제 없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한다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적용이 가능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일반적인 사람의 식견으로 봤을 때 갑자기 괴상한 세계로 떨어져서 예전 세계엔 있지도 않은 마물이네 마법이네 하는 걸 취사선택도 아닌 일반통행적인 강요에 의해 받아드려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럴 경우 보통사람 같으면 일단 멘붕이 일어나죠. 왜냐면 목숨과 관련된 일이니까요. 세계가 게임과 친숙해서 받아드리기 쉽다는 건 어디까지나 독자에 한정될 뿐, 소설 주인공의 경우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죠. 그리고 현실에서 10미터가 넘는 거구에 불을 뿜고 괴성을 내지르는 괴물을 본다면...어우...상상도 하기 싫군요.

뭐...이게 무슨 문제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고, 이런 부분은 대체로 이고꺵에서는 극히 초반부분에 속하기 떄문에 뒤딸려오는 전개에 밀려 그런가보다 하고 묻혀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그리고 이고꺵 후반기에 급등장하기 시작한 전생의 기억, 이란 녀석입니다.

한마디로 특정 사건을 계기로 전생의 자신이 누구였는가를 떠올리며 그 지식을 통해 먼치킨 이세계 라이프를 즐기는 타입이죠.

이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은 위와 동일하지만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도대체 누가 먼저냐...

즉 전생의 기억이 진짜 자신이냐, 아님 이 세계에 있던 내가 진짜 자신이냐. 꽤나 심오한 것입니다만 대부분의 작품의 경우 이러한 갈등을 전혀 염두해 두지 않고 무작정 전생의 자신이 이 세계에서도 진짜인 듯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법이나 마물의 존재를 보고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주인공이 놀라는 것이죠. 어리다곤 하나(전생의 기억의 경우 대부분 어린 아이 때 각성함.)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상 최소한 그런 것은 알텐데 전생을 떠올리고 그것에 대해 놀라며 가슴이 뛴다는 것...그리고 그것이 소설 전개 내에서 계속 이어진다는 것. 이것은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기 보단 현세의 자신이 죽고 전생의 내가 이 육체로 들어왔다가 정확할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디만, 이런 건 물론 소설이고 딱히 반영하고 안 하고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떄 이고꺵은 늘어나는 추세이고 수많은 작품들이 생산되는 실정입니다. 그 작품들을 가끔 읽다보면 초반서술에 급전개감을 느낍니다.

최소한 모르는 세계에 떨어졌으니 먼저 올 패닉이나 인물들이 느낄 의구심 등을 서술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독자들이 이해하는 세계관이기에 등장인물 또한 이해하는 세계관으로 되어버렸습니다. 이건 물론 장점으로 볼 수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선 분명히 단점이며 허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고깽의 경우 익숙한 스토리에 인물성으로 어느 정도 소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단느 장점이 있습니다만 너무 의존하시면 소설이 전부 일반화가 되어 중반부터도 질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고껭 입문 당시엔 느꼈던 재미를 중반, 후반부턴 느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 재미를 어떻게 끝까지 가져갈 수 있나. 여기서부터 작가의 기량에 달린 것이며, 전 개인적으로 캐릭터성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초반부에 확실하게 캐릭터성을 잡아주고 그걸 독자에게 어필하면서 그 캐릭터가 이끌어내는 스토리에 끌린다면 그 이고꺵은 충분히 훌륭하다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일반적인 캐릭터성을 가진 이고깽의 경우...즉 이세계에 반칙급의 먼치킨 능력을 가진 샹마이웨이의 주인공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레파토리는 어느 정도 비슷한데...예전 세계에선 똑바로 살지 못했지만 이 세계에선 남을 도우며 열심히 살겠어!

같은...나쁜 건 아닙니다만 어디선가 타소설과 차별화를 두지 않으면 결국 일반화가 되버리는 경웁니다. 이런 소설이시라면...그렇군요...감히 저 따위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습지만 재검토를 권하는 바입니다...

 

덕분에 이 글 쓰면서 제가 지금 재검토 하고 있군요. 이상 회고록 마칩니다. 공모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모두 건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