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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연애 총평
글쓴이: 청아비
작성일: 16-04-09 22:10 조회: 3,577 추천: 0 비추천: 0
이 평은 한국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의 평입니다.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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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언제나 그렇듯이 서문은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이 협박연애는 개와 공주,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나오지 않는 '여자친구는 동시발매가 안 되나요' 를 쓴 NZ작가의 글입니다. 그 이전에도 여러 글을 썼고, 현재는 익스트림 노벨에서 엘소드 라노벨을 쓰는 것으로 알지만 본 적은 없군요. 엘소드도 안 하고 원작이 따로 있는 글은 별로 읽고 싶지가 않거든요.

작가의 이야기를 더 해볼까요. 성실한 연재와 가격대비 튼실한 책 두께만으로도 이 작가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개와 공주 6권은 650페이지에 폰트도 작고 상하 여백도 좁아 용량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1권에 8500원 받습니다. 당신과 나의 어사일럼? 이 책의 반도 못 미치는데 9500원이에요. 던전 디펜스 역시 1/3 정도는 분량이 딸리는데 11000원입니다. 토트백 하나를 2만원에 팔아치우는 회사 작품들 답죠. 던디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분량으로 나온 드프블 5권은 7500원입니다. S노벨의 던만추 7,8권도 분량 비슷한데 8000원, 8200원이죠. 그런데 노블엔진은 왜 그렇게 폭리를 취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사정을 감안해도 정상적인 시세가 아니에요. 혹시 작가에게 인세를 엄청나게 많이 주는 걸까요? 아는 바가 없으니 더 말하진 못하지만 솔직히 부담되고 짜증납니다.

평해야 할 건 NZ작가 글인데 말이 샜네요. 분량과 성실함이 유일한 장점인 작가는 아닙니다. 그게 최대의 장점인 것도 아니죠. 그건 토돌 작가고, NZ작가는 글도 좋아요. 개와 공주에서는 전체적인 연결이 좀 삐끗했지만 한권한권의 전개는 탄탄합니다. 필력은 안정적이고 작가가 모에를 알아요. 글은 특색있고 개성이 넘칩니다. 열화 카피가 넘치는 이 시대에 대세를 따르면서도 글에 확실한 자기 색을 넣을 수 있는 작가는 드물죠. 제가 볼 때는 어느 상황에서라도 계속 중박은 할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프로죠.

이 소설은 네이버 웹소설에서 연재됐습니다. 그걸 정식으로 출판한 거죠. 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웹소설로 보진 않았습니다. 노력은 했는데 화면으로 보는 게 익숙치 않아서 힘들었거든요. 등장인물의 대사 옆에 등장인물 일러스트를 넣는 것도 거슬렸고요. 어쨌든 내용은 괜찮다고 생각해서 출간될 때마다 사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완결권인 5권까지 다 읽고 드디어 평을 남기는 거죠. 그럼 이제 잡소리는 그만하고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2. 개괄적인 평가

이 글의 광고와 책 뒷면만 보고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작중 배경과 스토리의 중심에 이능력 등의 비현실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처럼 특이한 캐릭터에 현실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러브코미디가 아니에요. 배틀물은 아니지만 이능력이 대놓고 나옵니다. 개와 공주도 이랬었죠. 그런데 개와 공주는 배경부터 현실이 아님을 명확하게 하고 있어서 납득하고 넘어갔는데 협박연애에서 나온 이능 요소는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작중에서 암시하고 있는 사실들로 볼 때 아마도 작가의 전작인 개와 공주와 같은 세계관으로 보여요. 아마 거기서 20년쯤 뒤? 아니면 25년? 정말 놀랐습니다. 개와 공주의 이야기는 그대로 완결이 난 것 같았는데 작가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요? 5권 끝의 외전에서 뒷이야기를 암시했기에 NZ작가의 3번째 작품을 기대하고 있어요. 어쩌면 그게 여동발매일지도 모르죠. 어쨌든 이렇게 일을 키웠으니 이어질 것은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뭐 비현실적인 요소가 나오는 게 문제는 아닙니다. 초반부터 그런 요소를 깔고 갔거든요. 그런 요소가 나오는 작품이 드문 것도 아니고요. 이 책은 꽤나 읽을만한 소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묻히긴 하겠지만 적당적당히 사서 읽을 정도로는 충분하죠. 이 글은 전형적인 오락소설이고, 그거면 됐습니다.

3. 흐름

이 소설은 딱 100화로 끝난 웹연재본을 약 20화씩 묶어서 출판한 겁니다. 웹연재의 정석 답게 챕터가 끝날 때마다 다음화를 기대하게끔 뭔가 터집니다. 연참이라고 하죠. 그런데 웬걸. 웹연재 방식의 폐해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런 건지 막상 다음화를 보면 되게 밍숭맹숭하게 전개됩니다. 글이 재채기하려다가 마는 것 같다고 할까요. 서술과 묘사도 단순화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계속 사게 만드는 뭔가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NZ작가 다운 자극적인 전개. 이거 빼면 NZ 작가가 아니죠. 키스를 너무 많이 해서 입술이 부르트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완전 초치는 소리긴 한데요. 여러가지를 생각해봤을 때 이건 종이책이 별로 어울리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짧은 호흡으로 한 번 보고 며칠 기다리고 다시 보고 하면서 계속 흐름을 이어가야하는데 책으로 보니까 20화 몰아보고 몇 달 기다리고 다시 몰아보고의 반복입니다. 흐름이 뚝뚝 끊겨서 몰입이 잘 안 되네요. 웹소설을 웹소설처럼 쓴 게 절대 작가의 잘못은 아닙니다만 온전히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점은 독자로서 솔직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4. 스토리

5권으로 끝나는 소설. 이것저것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만 잘 하면 됩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역시 연애에요. 거기에 협박을 더한 협박연애죠. 그런 점에서 할 이야기는 깔끔하게 다 했습니다. 사실, 이 글은 오로지 연애 이야기만 합니다. 방황하는 청춘들이 할 법한 일반적이고 평범한 고민은 이야기의 본질을 흐리는 불필요한 조미료에 지나지 않죠. 그러면 굳이 준비할 필요도 없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이야기에서 인물 외의 요소는 거의 없고 외부로부터의 개입도 없습니다. 있더라도 지극히 단편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오로지 주요 인물들의 관계에서 갈등과 이야기가 생기죠. 솔직히 1권의 전개를 보고 개와 공주에서 지겹게 반복된 불행소녀 구출물 스토리를 다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메인 히로인이 다시 공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기우였어요. 역시 NZ작가는 프로였습니다. 이야기의 구심점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독자를 위해서인지 메인 히로인의 부각을 위해서인지 매력적인 서브 히로인들이 여럿 나오긴 하지만 굳이 분량을 많이 할애하지 않았고, 서브 히로인들이 복잡한 내면심리나 가슴아픈 사연을 가질법도 한데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메인 히로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거죠.

괜히 있어보이는 주제에 연연하지도 않았습니다. 이것도 좋아요. 괜히 의미부여했다가 망가지거나 끝이 안 좋아지는 작품도 있는데, 오락소설에 많은 의미를 담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고, 그걸 보는 독자들도 행복하니 그걸로 된 겁니다.

5. 이면

사실, 이 작품은 깊게 생각하지 않을수록 좋습니다. 가볍게 읽으면 되는 오락소설이니까요. 독자는 글의 좋은 점만 보고 좋은 점만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것만 보자고요.

그렇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니까요. 이 작품은 철저하게 남성향입니다. 그 점은 딱히 문제될 건 아니죠. 모든 취향을 아우르는 글을 쓸 필요도 이유도 사실 없잖아요? 글을 쓸 때는 확실한 타점을 정하는 게 좋아요.

그래도 마냥 비판없이 받아들이기엔 이 소설은 꽤나 불쾌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초이즘. 남성우월주의. 이 작품의 여성 인물들은, 뭐라고 하죠. 남성인 주인공과 남성 독자들을 기쁘게 해주는데 집착하고 있다고 할까요? 뭐 독설도 하고 사람을 낮게 보는 오만한 시선도 가지고 있지만 작중에서 그것은 인격적인 단점이 아니라 내 여자의 귀여운 앙탈 정도로 넘어갑니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과대해석이라고 볼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선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한 것이 당연시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여자가 뭘 하든 철부지 어린애의 잘난척 정도로 보인다고 할까요? 우쭈쭈 화났쪄요? 자기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꼴이 귀여우니까 내가 그냥 맞춰줄께~ 이 소설에서 작가가 의도한 여성인물을 보는 합당한 시선이 딱 그겁니다. 대놓고 적은 건 아니지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글 저변에 깊숙히 깔려있어요. 이 작품에서 남자와 여자는 절대 대등하지 않아요. 남자가 더 우월합니다. 이 작품은 그것을 아주 당연하게 전제하고 넘어갑니다. 메갈리아는 절대 아닌, 진정한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건전한 페미니스트 단체가 보면 당장 불살라버린 뒤 작가와 출판사에게 항의할 정도로 말이죠.

전 작가가 이것을 의도했다고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남성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꼴마초적인 요소를 삽입했다고 생각해요. 근거는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거든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인간성을 의심하는 것보단 말이죠.

이렇게만 언급하면 부족하겠죠. 간단하게나마 짚어보겠습니다.

5. 주인공

네. 주인공부터가 마초이즘에 찌들었습니다. 이 녀석은 설정상 진짜로 하렘을 차린 녀석이에요. 여자들과 놀고 즐기기 위해서요. 그의 능력인 '매료'가 그것을 가능케 했습니다. 어, 라이트 노벨의 남자 주인공의 과거사와 능력 치고는 상당히 어울리지 않죠? 악역에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죠. 흠.

스스로 과거를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말하긴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말하기도 하고요. 1권 초반의 주인공을 규정하는 큰 정체성이죠?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정말로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즐기는 위선자인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부끄러워 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막나가거든요.

남자와 여자가 엮인다. 그러려면 계기가 필요하죠. 여성 쪽이 배타적일뿐더러 가까이해서 좋을 것이 없다면 확실한 명분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 작품의 여성 인물들은 인간적으로 별로 상대하기 싫거든요. 이런 계기의 대표적인 거라면 겉도는 히로인에 대한 오지랖이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히로인이 작중의 사회에 좀 녹아들 수 있도록 주인공이 노력하는 거죠. 주인공의 목적과 명분은 사실 그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순수한 선의가 아니에요. 그럼 무엇 때문에 접근했을까요? 1권도 2권도 돈 때문에 접근했어요. 네. 진짜에요. 돈 때문에 히로인들과 엮이게 됐어요. 끝까지 돈 때문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돈이 아니었다면 접근하지 않았을 겁니다.

주인공에게 성자가 될 것을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여자에게 매도받으면서도 그녀를 위해 헌신해야하는 마조히스트 내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껄떡대는 망나니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이미 주인공의 진정성이 의심됩니다. 주인공은 애초에 여자와 엮이지 않기로 각오했습니다. 그렇기에 첫날부터 여자가 싫다고 딱 잘라서, 만에 하나 있을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돈과 권력 앞에 무너지는 각오라...... 흠...... 그 외에도 자길 꼬셔보라는 메인 히로인의 도발+협박에 빡쳐서 진지하게 꼬실 생각도 하죠. 그 뒤 옛 버릇이 나왔다면서 자연스럽게 종업원의 번호를 따가기도 합니다. 시작 몇 화부터 이미 주인공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의 진정성은 계속 의심됩니다. 주인공은 여성 인물들에 대해 예쁘다는 묘사도 자주 하고 심지어는 성희롱도 거침없이 합니다. 그리고 그걸 즐겨요. 이게 뭐죠? 이게 진짜로 자기 능력으로 여자들을 세뇌시켜 자신에게 복종하게 만든 걸 부끄러워하는 주인공의 행태가 맞습니까? 그냥 구색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처럼 2권부터는 아예 과거를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를 후회한 자신을 후회하는 것 같아요. 어휴 내가 이렇게 좋은 걸 버리려고 하다니 미쳤지? 정도? 예를 들자면 1권에서의 키스장면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할지, 그만의 방식이었다고 할지. 그렇게 납득할 있는 여지가 있었어요. 거기에 메인 히로인이었잖아요? 그 장면은 극적이었고 그걸로 히로인은 구원받았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죠. 그런데 2,3권에서는 딱히 연애감정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지금 사귀는 사람도 아닌데 그냥 기회가 생기자 서브 히로인과 물고빨고 합니다. 말 그대로의 의미로요. 전 2권에 별 사건도 없었는데 갑자기 서브 히로인하고 키스하는 걸 보고 꼴리는 대신 기겁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종합해 볼때 주인공의 심리는 '아 내가 옛날에는 매일매일 술에 찌들어 살았는데 그 때의 내가 너무 부끄러워. 이제는 자제해서 2일에 한 번만 찌들어야겠다.' 라고 타협하는 것과 똑같아 보입니다. 그게 아니면. '좋아 이제부터는 금연해야겠다. 담배를 끊고 건강하게 사는 거야. 일단 가지고 있는 담배는 다 피고.' 같은 것. 주인공은 자신이 잘못됐다는 건 알지만 중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확실한 결의를 보이고 있지도 않아요. 주인공은 과거의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게 아닙니다. 과거의 자신이 밝혀지는 걸 부끄러워하는 거지. 완전 다른 겁니다. 이걸 같다고 생각하는 건 범죄를 저지른 것을 후회하는 거랑. 자신의 전과가 드러날까봐 다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 같다고 보는 거예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것만으로도 쓰레기입니다.

자. 그렇다면 위의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주인공은 결국 여자와 노는 것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워졌다고 보는 게 맞겠죠. 진정으로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는 게 아닌 겁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의도적으로 배제된 사실이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은 자각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실제로 그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세뇌한 여자들에 대해서 이 녀석은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잖아요? 이 녀석의 능력은 정말 악랄합니다. 근래 발매된 소설 중엔 사랑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녀석이 그 능력을 활용해서 얼마나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도 있어요. 그런데 이 녀석의 후회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향합니다. 남에게 저지른 잘못이고, 가장 흉악하고 사악한 힘으로 수백명을 농락했음에도 이 녀석은 다른 자들을 상처입혔다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크게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하나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 있긴 해요. 4권 끝에 나와서 이 작품의 최종보스(같은 잡몹)포지션을 잡은, 자신이 이전에 좋아했던 사람. 능력으로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 나서 후회했죠. 그런데 그건 꼼수를 써서 사랑을 쟁취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조종하고 말았다. 라는 후회에요. 즉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고 그냥 놀이감으로 즐긴 상대를 세뇌한 건 별로 문제라고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다는 거죠. 아니면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작중 언급을 보면 섹스도 한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지만 이렇게 꺼림칙한 부분은 거의 언급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이거든요. 뭘 하든 주인공의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거죠. 호오. 이 구도를 보면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롤리타 콤플렉스의 어원이 된 소설 롤리타. 다만 협박연애는 주인공이 페도필리아가 아니라 마초고, 글에서 진정 의도하는 게 주인공의 추악한 자기중심적 이상성애를 암시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사상을 옹호하고 멋있게 그리는 것에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 이유? 간단합니다. 직접적으로 묘사되진 않습니다만 협박연애의 주인공은 아주 명백하게 남성우월주의에 찌들어 있어요. 어쩌면 여자뿐만이 아니라 자기와 가까운 사람이 아닌 이상 관심이 없는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더 최악이지만. 어쨌든 주인공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인 겁니다. 자 보세요. 권력과 완력, 재력을 가진 이사장에겐 순순히 복종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낮게 보고 있는 사람들이나 여성들은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죠.

뭐, 사실 성숙하지 못한 고등학생인 점을 감안할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완벽한 성자에 성숙한 어른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딱히 이상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개방적인 연애관의 소유자인 걸 수도 있고 사랑이라는 것에 무감각해진 걸 수도 있죠. 묘한 부분의 리얼리티일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어쩌면 그런 인간 말종 상태에서 4,5권에서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걸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작중에서 그런 식의 묘사는 없습니다. 4,5권에서 자신도 진정한 사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중에선 주인공의 능력으로 얻을 수 있는 사랑과 진정한 사랑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위대함을 깨달았고 그것을 못하게 될 때의 상실감과 사랑하고 있음의 행복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런 마음을 조작했다는 것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긍정적인 요소만을 부각합니다. 얼굴도 잘생겼고 머리도 좋습니다. 능력의 보조 없이도 여자 마음을 후리는데는 도사죠. 뭐 반성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사랑으로 행복해하는 것도 보여주고. 그런 부분에서 이 작품은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전적으로 긍정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마초이즘의 정점을 보여주는 거죠. 위대한 남성상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우월한 능력. 뛰어난 매력. 과거를 후회할 줄도 알고 결단을 내릴 줄도 안다. 그것으로 많은 여자의 마음을 얻고 연애를 즐기되 진정한 사랑은 단 한사람과 한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참으로 역겹기 짝이 없습니다.

비슷한 캐릭터...... 하나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엔딩 이후의 세계의 주인공도 마초이즘에 쩔은 것은 동일합니다. 대놓고 하렘 운운. 여자 후리고. 근데 그 작품은 주인공을 무작정 긍정하진 않아요. 세계관도 그렇지만 작가부터 좀 광기가 넘치는 편이고...... 주인공의 애인 중 하나는 주인공과도 결혼하고 다른 사람과도 결혼하고 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긍정합니다. 즉 이 작품은 남성우월주의를 긍정하고 있지 않아요. 주인공이 마초이즘인 것과 별개로 말이에요. 그리고 걘 착해요. 진짜로 자기 과거의 실수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아닙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행보를 긍정하고 합리화하는 것...... 은 뭐 좋아요. 그럴 수도 있는 거죠. 그러나 이런 종류의 문제는 옳지 않은 생각이 작중 인물의 개인적인 긍정이나 사상이 아니라 작품의 내용이 그것을 긍정하고 바람직하다고 말할 때 나타납니다. 주인공은 입이 닳도록 말했으니 다른 부분에서 말해보죠.

6. 히로인

사실 라이트 노벨에서 이건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이야기적으로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나와서 남성 독자들을 기쁘게 해주는 여성 캐릭터들. 그 경우 오히려 너무 평면적이고 단순한 캐릭터가 나와서 매력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작품은 좀 다릅니다. 프로 작가가 아주 세심하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었죠. 표현에서 느끼는 것처럼, 결코 인물이 아닙니다. 주인공의 경우엔 인간 쓰레기로 느껴지기에 인물 맞지만요.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연애 이야기밖에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연애는 갈등이자 시련입니다. 자신의 비밀이 밝혀지는 걸 막기 위해 꼬셔야 하는 거고, 꼬시면 합당한 보상을 받죠. 주인공은 협박받고 있기 때문에 여자들과 얽힌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이야기는 그것으로 진전됩니다.

이 부분이 문제에요. 이 작품의 이야기에서 애초에 히로인은 인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할 필요가 없어요. 굳이 말하자면 저주걸린 아티팩트죠. 저주를 해결하면 쓸 만한 물건이 되는 종류의 것이요.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엔 오히려 입장이 역전되서 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 자길 사랑해달라고 조르죠. 이 작품의 히로인들은 좀 보면 주인공과 연관되지 않는 장소에서 무언가를 하는 게 없습니다. 하더라도 의미가 있는 행동을 하진 않습니다. 이전에 하던 걸 계속 하죠. 마치 주인공에게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개체처럼 말이에요. 요컨대 나는 친구가 적다. 라는 소설을 보죠. 이 글은 하렘 러브코미디 풍의 청춘성장물입니다. 흔한 인식처럼 히로인과 후후꺄꺄 하는 것이 전부인 작품이 아니에요. 이 작품을 보면,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말 그대로 인물입니다. 물론 신기하게도 전부 미소녀고 겹치는 캐릭터성이 없지만 어쨌든 그건 어디까지나 일단 팔려야 하니까 있어야 하는 세일즈 포인트고 딱히 제대로 비판할 요소도 아닙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미인이어야 할 합당한 이유가 이야기적으로 존재해요. 걔네들이 미인이기에, 안쓰러움이 부각되고, 친구가 없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거죠.

나친적의 히로인들은 제가 볼 때 정말 신기한 캐릭터입니다. 얘네들은 말이죠, 흔한 모에계 뽕빨물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나와서는, 그런 자신의 캐릭터성을 극복해 인간적 성장을 이룹니다. 보통은 그 반대 아니에요? 청춘물로 시작했다가 자신의 사연과 캐릭터성을 전부 소모한 뒤 흔한 모에계 뽕빨물의 캐릭터로 전락하는 게 보통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이 작품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에게 얽매인 상태가 아니어서 그래요.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 대단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실제로 주인공의 관계에 얽매인 캐릭터가 나와요. 주인공과 가까이 하고 싶은 것이 유일한 정체성이고 한계로 자리잡고 있는 캐릭터가요. 그런데 주인공은 그것을 불쌍하게 여기고, 그 히로인은 일련의 사건들 끝에 결국 주인공에게 얽매인 자신을 집어던지고 자신의 미래를 자기가 만드는 주체적인 인물로 거듭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과의 관계에 얽매였던 다른 캐릭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캐릭터의 행보는 결국 부정됩니다. 그 캐릭터는 자신의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말았어요. 히로인으로 나왔고 히로인으로 끝났지만, 어떤 의미로는 이 작품의 주제에 가장 반(反)했던 최종보스였던 거죠. 사실, 당시 반응을 보아 독자들은 이게 단순한 뽕빨물로 남길 바랬던 것 같지만, 전 이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욕을 바가지로 먹을 걸 짐작했을 텐데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완성시키는데 집중했어요.

협박연애는 그것에 관심도 없습니다. 히로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품으로 남아있었고, 그것이 마치 그녀들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상태인 것처럼 보여집니다. 주인공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한 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 얽매이는 것은 히로인들의 인간적 실패가 아니라 유능한 주인공이 누릴 마땅한 권리로 묘사됩니다. 이렇게 잘난 녀석은 그래도 된다는 거죠. 주인공도 즐깁니다. 이 부분이 얼마나 여성인물의 인격을 무시하고 있는지 알겠죠? 비슷한 문제점이 있는 최지인 작가의 나와 그녀와 그녀와 그녀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는 적어도 여성인물들의 성장과 이야기에 주목했습니다. 근데 이 작품은 그것에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말 그대로 여성인물이 꼬실 대상, 쟁취할 대상으로밖에 존재하지 않는 거죠.

그 결과 다른 하나의 문제가 드러납니다.

7. 사랑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깊은 고찰이 없습니다. 사랑은 그냥 사랑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당연시 규정하는 사랑의 가치와 의식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거죠. 물론 사랑에서 스킨십을 뺄 수는 없겠지만 이 작품은 육체적이고 자극적인 애정표현에 상당히 집착합니다. 정신적인 교감이라던가 인격을 완성시켜주는 무언가는 쥐뿔도 없어요.

주인공은 히로인이 예쁘고 귀여워서 사랑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이 아니에요. 히로인의 인격적인 단점은 이미 귀엽게 묘사된다고 말했고. 사실상 히로인은 작중에서 문제점이 없습니다. 주인공 역시 그렇죠. 인간 쓰레기라는 점은 전혀 묘사되지 않고 잘생겼고, 머리 좋고, 능력있고, 기타등등. 작중의 인물들은 전부 상대의 장점만을 말하고 상대가 훌륭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에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게 되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인격적으로, 인간적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죠. 그저 상대와 연애하는 것이 행복할 뿐입니다. 제가 볼 때는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랑과 연애에 대한 의식이 물질적인 가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여자를 만나고 연애하는 행복은 최신 게임기를 가지고 끝내주는 명작을 즐기는 행복보다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주인공은 그것에 좀 더 매력을 느끼는 상태인 거죠.

그런 점에서 전 이들이 끝까지 행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글에서는 영원토록 이어질 것처럼 묘사하긴 했지만 그들이 과연 끝까지 행복할까요? 오히려 지금의 행복을 부정할 때 더 고귀한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느껴지는군요.

8. 총평

아마도 제가 역대 올렸던 모든 라이트 노벨 평 중에 가장 길어진 것 같은데(확신은 없음) 이렇게까지 말하고도 사실 좀 부족함이 느껴지는군요. 하지만 이미 1만 1천자 이상을 썼습니다. 총평까지 합하면 1만 2천자 조금 안 되거나 넘을 것 같네요. 더 길게 말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보다 더 길면 평을 보실 분들이 지쳐 쓰러질 것이 분명하기에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겠습니다.

요약하죠. 이 작품의 본질적인 문제는 명백히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를 이상적인 것으로 보여주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납득할만한 대안이나 사상, 생각, 주제를 보여주지도 않죠. 왜냐면 이건 오로지 남성 독자들을 위한 오락소설이거든요. 이 작품은 오로지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데 그 모든 역량을 쏟았습니다.

사실 그렇게 깊게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면 이건 누가 봐도 오락소설이거든요. 이 작품은 어쨌든 그릇된 여성관과 연애관을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애초에 그것을 목표로 한 것 같습니다. 말했듯이 NZ 작가는 라이트 노벨계의 프로에요. 상업적 작품이 뭔지 아는 거죠. 작가는 자신이 의도한 작품을 완벽히 써내서 좋고, 독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글을 볼 수 있어서 좋죠. 전 이 작가가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서 여성의 판타지를 완벽히 충족하는 소설을 쓴다고 해도 놀랄 것 같지 않습니다.

말했듯이, 생각없이 보면 좋습니다. 또한, 상업적 작품이 무엇인지 갈팡질팡하는 아마추어들을 위해서도 추천하고 싶군요. 읽고 남는 것도 없고, 후대에 남을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기에 재미있는 소설. 협박연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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