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이거 한국 작품이었어?'
처음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이 노블엔진 홈페이지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을 대부분 이를 일본 수입작으로 생각했다. 제목, 작가 필명, 일러스트 그림체, 이 삼위일체가 적절하게 조합된 덕분이다. 노블엔진 편집부가 이를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해당 작품이 시작부터 '일본 수입작과 구분이 되지 않는 학원 판타지'의 퀄리티를 독자들에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여담으로 네이버에 작품 제목을 검색하면 '검술학교의 연애사정 1화가 자동 검색어로 등장한다. 애니화나 코믹스화라도 기대했던 것일까? 해당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해당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는 이 부분일 것이다. 일본에서 직수입된 학원 판타지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는 것. 구조에서 느껴지는 세련미, 필체에서 느껴지는 숙련감,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유머와 매력,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은 근래 읽은 중 가장 완성도 높은 학원판타지였다.
여기에 더해 생각해볼 것은 해당 작품이 한국 대여점 소설의 흐름, 무협/판타지의 정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작중 세계관이나 설정, 캐릭터의 사고방식은 두 말할 것 없이 한국 신무협에서부터 전해져온 소스다. 이 전통적인(?) 소재를 적절하게 변용해 한 권의 라이트노벨로 바꿔낸 작가의 재주는 한국 라이트노벨 사상 '누구나 상상해봤지만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딱 한 가지, 한국 무협/판타지의 단점마저 그대로 가져온 건 어쩔 수 없다. 약한 논리력이나 부족한 액션 등등, 2권에서는 더 나아지길. 1권까진 애교로 봐준다.
시드노벨에서 한국 라이트노벨이 처음 나온지도 어느덧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시장에는 수많은 정도 작품과 사도 작품이 출현해왔다. 그러나 시장에서 살아남는 작품은 정도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니, 이는 정도 또한 진정한 정도의 방향성을 몰랐던 탓이라. 이제 여기 정도 중에서 다시 정도라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왔으니, 아무리 사도를 좋아하는 나라도 응원할 수 밖에 없겠다.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이 건승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