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눈여겨 본 것은  일러스트가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그 다음으로는 소년, 소녀의 성장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들어서 사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노블엔진에서 몬패, 우아고, 손잡잤, 유랑화사 이후로 최고로 잘 샀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해주었습니다.

 자살이라는 소재를 보았을 때 '이 책의 주인공들은 마지막에는 자살하지 않겠지'라는, 어느정도 결말을 예상하였습니다. 물론 마지막에는 자살하지 않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요.

 이 책은 처음에는 평범한 시작이었으나 글이 거듭될 수록 점점 더 몰입을 하게 되는 묘한 마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섬세한 심리의 변화나 10대의 소년, 소녀라면 할 법한 고민들, 첫사랑, 일상생활에서의 일탈 등. 흥미로운 사건들이 줄지어 나타났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점점 더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요.

 우선은 주인공 연수.

 연수는 마음속으로 친구인 주연이나 다른 아이들에게 열등감을 갖고 자신과 세계를 비관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런 나약한 주인공 때문에 더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하는 종이접기로 우월한 성취감을 맛 보았으나 후에 그것이 쓸모없게 변하여 몰락하는 장면은 조금 가슴이 쓰렸고 이후에도 계속된 구석의 삶은 답답하기도 했지만 공부이외에는 쓸모없는 취급을 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예리를 만나 버킷 리스트를 하면서 대담해지고 공룡박물관에서 활기를 되찾고 국어선생님한테 질투를 하면서 다혜에 대한 감정의 벡터가 점점 예리에게 쏠려가는 그 변화가 실로 애절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죽기 직전의 예리를 등에 업고 가는 모습은 이 책의 큰 감동이었습니다.

 다음은 여주인공 예리.

 예리는 정말 '허세부리는 니체'에 딱 걸맞는 여자아이였습니다. 다른 말로는 허세부리는 철학자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군요. 스스로 어른스러운 척을 했지만 실은 이해할 수 없는 철학자의 책을 읽고 말을 인용함으로서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어느 여린 소녀였습니다. 연수와 마찬가지로 이 설정이 더 몰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몰입이라고는 했지만 책의 중간정도에서는 '고작 중학교 3학년 짜리가 도대체 왜 이렇게 어른스러운거야?' 라고 의문을 가질 정도로 어른스러운 행동만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죽기 직전에 그간 가졌던 감정들이 복받쳐 오르면서 그 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연수에게 고백하면서 살고 싶다고, 연수가 좋다고 말할 때는 '중학생 소녀 답구나'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제가 언젠가 써보고 싶은 소년, 소녀의 성장이야기. 소년, 소녀의 성장을 이렇게 애절하고 잘 표현해내신 것에 굉장히 감탄했습니다. 주인공들의 심경의 변화는 물론이고요. 저도 이만큼 잘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을 쓰신 천효진 작가님은 여류작가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으나 작가후기의 군대를 다녀왔다는 글을 보고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남자분이 쓰셨는데 굉장히 섬세한 글이었으니까요.

 이제는 제가 감히, 문제점을 지적해보겠습니다.

 일단은 오타가 많았습니다. 흠, 제 기준에서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다음으로는 연수의 행동묘사를 좀 지적하고 싶습니다.

 다혜의 체육복을 훔치고 망상을 하는 것 까지는 괜찮습니다. 10대의 소년이라면 할 만한 행동이니까요. 다만 다혜의 체육복에서 체액을 맛볼려고 애를 쓰는 것은 읽기가 불편했고 연수의 호감도를 낮춰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좋아한다지만 친구의 여자친구의 옷을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니까요. 제 기준으로는요.

 그리고 예리의 옷으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이윽고 자위에 이르게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역시 다소 불쾌하게 여겨졌습니다. 소년, 소녀의 성장이야기에서 이와 같은 생리적인 행동묘사는 불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연수의 이러한 행동들만 없었으면 더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게 아니면 다혜의 체육복은 그냥 품에 안고 상상만 하고 예리의 스웨터로 책과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혜보다 예리에 대한 감정이 훨씬 더 격해졌다! 라는 식으로 묘사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고 언젠가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이렇게 눈 앞에 펼쳐져 있으니 감동과 동시에 작문의 욕구가 올라갔습니다.

 마지막은 감사인사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천효진 작가님. 앞으로도 건필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