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혼자 움직인다.

　소설을 실제로 쓸 때 처음 정한 플롯의 전개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오히려 시작부터 끝까지 착실하게 플롯대로 소설이 써지는 케이스가 드물지요.

　만일 플롯에서 결정한 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처한다면 무리해서 플롯대로 써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흔히 말하는 ‘이야기가 혼자서 움직였다’, ‘캐릭터가 작가의 손을 떠나 멋대로 움직였다’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맨 처음 세운 예정 대로 써 나갔다고 해서 그것이 재미있는 작품이 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어떤 때는 주인공 이외의 조연이 주인공보다 눈에 띄거나 이야기가 샛길로 빠져버리는 편이 재미있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만화의 세계를 보면 그러한 일화가 잔뜩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근육맨], [유유백서], [드래곤볼], [유희왕]등이 그렇습니다.
　모두 처음의 예정과는 어긋난 전개가 되어 성공했습니다.

　라고는 해도 만화보다 정합성을 요구하는 소설의 경우, 원래 길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게 되어 영문을 알 수 없는 전개가 되어버리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야기가 혼자서 움직였다’, ‘캐릭터가 멋대로 움직였다’라고 하면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써 나가는 도중에 아이디어가 연상적으로 떠올라서 펜이 폭주하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설 쓰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의 경우, 이 충동에 몸을 맡겨버리면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버려서 마지막 착지 점을 알 수 없게 되어 이야기가 망가지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때문에 원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캐릭터의 행동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배려해야 할 것은 캐릭터의 자유로운 행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캐릭터가 멋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그 ‘캐릭터가 살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가의 꼭두각시에서 벗어나 고유한 인격을 확립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이 녀석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듣지 않지만 스토리상 이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하는 등의 이유로 캐릭터의 성격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작가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게 하려고 하면 기껏 살아난 캐릭터의 성격이 일관되지 않게 되어 캐릭터가 망가집니다.
　이래서는 독자의 흥미가 식어버립니다.

　만일 스토리상 캐릭터가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면, 의뢰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그 캐릭터를 몰아붙여 캐릭터의 행동을 컨트롤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녀석은 여자에게 약하니까 의뢰인은 절세 미녀로 하자’든지 ‘동료 의식은 강한 녀석이니까 동료를 부상당하게 해서 사건에 휘말리게 하자’등 캐릭터 자체가 아니라 주변의 상황을 컨트롤 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원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캐릭터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플롯 단계에서 스토리 구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로 보다 재미있을 것 같은 전개를 생각해 낸 경우에는 그쪽으로 궤도를 수정해야 하겠지요.
　그 때도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캐릭터가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나 이유를 만들어서 행동에 부자연스러움이 나타나거나 성격에 모순점이 나타나지 않게 배려합시다.

　단, 그렇다면 처음부터 플롯 따위 만들지 않아도 되는 거 아냐? 하고는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어디까지나 처음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야기가 스스로 움직인다’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캐릭터 성격을 완전히 굳히지 않은 채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그 때의 분위기에 따른 행동을 반복하게 되어버려 파악할 수 없는 지리멸렬한 성격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세계 설정에도 모순이나 거침이 생겨버리며 마지막 착지 점을 알지 못하면 도중에 망가져 버릴 위험성도 큽니다.

　’계획 따위 세우지 말고 우선 자신이 쓰고 싶은 충동에 몸을 맡기면 걸작이 나온다’는 것 따위는 그냥 도박입니다. 복권으로 1억 엔에 당첨되어 주겠어 하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경험을 쌓은 인간이나 재능이 있는 인간 이외에는 적용되지 않는 논리입니다.

　플롯 대로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플롯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플롯이 이야기를 쓸 때의 지도나 길잡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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