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구조란?

　미국의 신화 학자 죠셉 캠벨은 세계 각지에 남아있는 신화나 전설에 놀랄 정도로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신화는 모든 민족에 공통되는 ‘욕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하고 그 구조를 아래와 같이 분석했습니다.

(1)여행(분리)
(2)시련(통과 의례)
(3)귀환(리턴)

　유명한 그리스 신화인 페르세우스 이야기를 이에 맞춰보지요.
　제우스(올림포스의 최고 신)의 피를 이은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 메두사를 쓰러뜨리고 그 머리의 마력을 사용하여 제물이 된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출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소년이 괴물 메두사를 퇴치하러 떠난다. (여행 /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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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 아테나 등의 협력자들의 힘을 얻어 메두사를 퇴치한다. (통과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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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무기(메두사의 머리, 페가서스)를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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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수 티아마토의 제물로 바쳐질 공주를 손에 넣은 무기로 퇴치한다.(통과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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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와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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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으로 돌아와서 어머니를 괴롭히는 악당을 퇴치하고 공주와 평화롭게 산다.(귀환)


　죠셉 켐벨이 말한 모든 민족에 공통되는 욕구란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기’입니다.
　사실 많은 신화는 소년이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영웅 이야기로서 그린 것입니다.

　소년이 어른이 되기에는 세 가지 과정이 있습니다.

１?엄마 품으로부터 여행을 떠난다.
２?시련을 돌파.
３?결혼 상대를 얻는다.

　동서고금 모든 민족에 있어서 아이는 어느 일정한 연령이 되면 엄마의 비호로부터 떨어집니다.
　그리고 연장자로부터 받은 어른으로 가는 통과 의례를 거쳐 어른으로서 새로이 사회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통과 의례란 즉 병역(싸움)입니다.

　고대에는 소년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전사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수렵이나 다른 부족과의 전쟁, 늑대 등의 맹수의 위협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림 동화에서 늑대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빨간 두건, 늑대와 일곱마리의 아기 염소 등) 고대에는 늑대가 얼마나 위협적이었는가를 말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강하지 않으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도, 동료의 안전을 지키는 일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사악한 마물은 자연의 위협이나 외적 등 자신들을 위협하는 존재의 메타포입니다.
　소년은 전사가 되어 이들을 물리치는 것으로 훌륭한 어른으로서 인정받는 것입니다.

　현대에서도 징병제가 남아 있는 나라에서는 병사가 되는 것이 어른이 되는 통과 의례로 여겨져, 병역을 거부한 자는 제대로 된 어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상을 이룬 성인 남성이란 동료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강한 전사였다는 것입니다.

　페르세우스도 엄마 품에서 벗어나 메두사 퇴치라는 전사로서의 시련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에디오피아 왕국을 구해서 아름다운 안드로메다 공주와 사랑을 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이성과의 연애는 자립의 징후이며 결혼은 가정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괴물을 퇴치하여 강한 남자로서 증거를 보이고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는다는 줄거리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성인 남성으로서의 성숙 과정인 것입니다.
　신화를 들은 소년들은 페르세우스에게 자신을 대입시켜 언젠가 자신도 그러한 영웅이 되겠다고 가슴을 두근거렸던 것입니다.

　이러한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모든 민족에 공통된다는 증거로서 한 가지 더 일본 신화인 스사노오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여신 이자나미(일본 국모 신)의 아들인 스사노오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대 괴수 야마타노 오로치를 퇴치하고 아메노무라 쿠모노츠루기를 손에 넣어 야마타노 오로치의 제물이 될 쿠시나다 공주와 결혼한다는 줄거리의 이야기입니다.

　스사노오의 모험은 어머니 이자나미가 있는 황천 국으로 가고 싶어 난동을 피워서 아버지 이자나기의 노여움을 사 하늘로부터 추방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또한 처음에는 페르세우스와 마찬가지로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은 미숙한 소년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즈모 국에서 야마타노 오로치의 제물이 될 쿠시나다 공주와 만나, 그녀를 구하기 위해 분투합니다.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 야마타노 오로치를 술로 잠들게 하여 칼로 머리를 잘라 퇴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쿠시나다 공주와 결혼합니다.
　이렇게 해서 그저 난폭자였던 미숙한 소년은 지략과 용기, 사랑을 겸비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뭐 보시는 대로 페르세우스와 스사노오 이야기는 완전히 문화가 다른 동양과 서양에서 나왔지만 공통되는 점이 많고 스토리 구성도 거의 일치합니다.
　주인공이 신의 피를 이은 엘리트, 부모의 품을 떠나 여행, 괴물 퇴치, 강력한 무기를 입수, 제물인 공주와 연애/결혼 이라는 요소를 들어보면 현대의 RPG나 라이트 노벨과도 통하지요.

　그도 그럴 것이 현대의 오락 작품은 신화를 원점으로서 발달한 것으로 신화의 구조를 취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죠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 워즈]는 신화의 영웅 이야기를 우주를 무대로 전개한 것입니다.
　루카스는 신화 학자 죠셉 켐벨의 책에 은예를 입었다는 것을 밝힌데다 [스타 워즈] 3부작을 보러 와 줬으면 한다고 켐벨을 초대했습니다.
　그 후 일본의 NHK 교육 방송에서 켐벨은 [스타 워즈]에 대하여 ‘고전적인 영웅 이야기에 가장 새롭고 가장 강력한 회전력을 부여했다’고 높게 평가합니다.

　1986년에 발매된 RPG의 원조 [드래곤 퀘스트]는 용사가 용을 퇴치하고 공주를 구한다는 오소독스한 신화적 영웅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있었습니다.
　특히 명작으로서 유명한 [드래곤 퀘스트 3]는 16세가 된 주인공이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엄마 품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 전형적인 신화의 구조를 취합니다.
　주인공의 아버지 오르데카는 용맹함으로 널리 알려진 용사로서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 세계 정복을 노리는 마왕 바라모스를 쓰러뜨리기 위한 여행을 떠나 그대로 소식이 끊깁니다.

　그 뒤에 이어진 RPG도 10대 후반의 소년 소녀가 여러 가지 시련을 이겨내고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마왕)을 쓰러뜨린다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의 주인공이 10대 소년 소녀인 것이 일반적인 것은 그때가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는 시기이며, 그들이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모험담을 묘사하는 것으로 신화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년 소녀는 신화를 듣는 것으로 영웅과 자신을 일체화 시키고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빌며 시련에 맞설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른도 현실 사회에서 무언가 벽에 부딪쳤을 때,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통과 의례를 다시 거쳐 새로운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집니다.
　때문에 본능적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찾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히어로 놀이에 열중하는 것은 강하고 멋진 영웅을 동경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고대로부터 연면히 이어져 온 ‘어른 = 강한 전사’의 기억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겠지요.


●보충
　고대에는 신화가 아이들에게 인간이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라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상적인 인간상을 지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마주칠만한 곤란을 어떻게 회피, 극복할 것인가? 하는 지혜를 전하는 효과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신화 학자 죠셉 켐벨은 현대의 아이들의 마음이 불안정하게 된 것은 신화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며 신화를 더욱 더 들려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